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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폴립, 방치하다 암으로"…내시경 검사 왜 중요할까? [인터뷰]
평소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느껴져도 위·대장 내시경 검사는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폴립(용종)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폴립은 대장 내시경을 통해 발견 즉시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는 조기 진단뿐 아니라 암 예방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무증상자에게도 내시경 검사가 꼭 필요한 이유와 함께, 헬리코박터균 감염 및 대장 폴립의 진행 과정, 그리고 대장암 발생 위험성에 대해 살펴본다. 아울러 최근 의료계에서 주목받는 ai 기술이 내시경 진단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까지, 소화기내과 전문의 박종하 원장(해운대아산내과)의 설명을 통해 자세히 알아본다.
q. 내시경 검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꼭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내시경 검사는 위나 대장에 내시경 기구를 삽입해 직접 확인하는 침습적인 검사이기 때문에, 굶거나 장 정결제를 복용해야 하는 등 준비 과정이 번거롭고 고통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위암이나 대장암은 초기에는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은 40세, 대장암은 50세부터 국가 검진으로 선별검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이 연령대가 되면 반드시 검진을 받는 것이 암 예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q.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을 유발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균이 어떻게 암까지 일으킬 수 있나요?
우리 위는 위산이라는 강력한 산성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세균은 대부분 위산에 의해 사멸됩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은 위산에 저항하는 물질을 분비해 생존하면서, 위 점막에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합니다.
이렇게 염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위 세포에 이형성이 생기고, 결국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이 균과 위암 간의 연관성에 대해 정책적 연구와 관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내시경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 무조건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치료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우선, 모든 내시경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력, 소화성 궤양 과거력, 혹은 선종이나 위암 병력이 있는 경우, 또는 내시경 검사 중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 의사가 판단하여 검사를 시행합니다.
그리고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확인되더라도 모든 경우에 치료를 권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소화성 궤양이 있거나, 말트 림프종 (malt lymphoma), 위암, 그리고 특발성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특정 질환이 관련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치료가 진행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와 상의를 통해 결정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제균 치료는 비용이 들고 약 복용이 까다로우며, 100% 치료 성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와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q. 헬리코박터균 검사는 음성이었는데 나중에 위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음성의 역습'은 왜 생기는 걸까요?
검사 결과가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확인하는 검사 방법은 다양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100% 완벽한 정확도를 보장하진 않습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내시경 중에 위 조직을 채취해 배양검사를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모든 조직을 그렇게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신 일부 조직을 이용한 신속 요소분해효소 검사, 최근 익숙해진 pcr 검사, 또는 대변항원검사, 혈청 내 항체 측정 같은 방식도 활용되는데, 이들 모두 감염 유무를 정확히 판단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짜로 감염이 없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러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 검사가 음성인데도 위암이 생겼다면 그 원인은 헬리코박터균 이외의 다른 요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헬리코박터균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위암에 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헬리코박터균이 없는데 왜 위암이 생겼을까?"라는 의문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대장 내시경에서 자주 발견되는 대장 용종(폴립)은 왜 위험한가요?
폴립이 모두 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제거가 중요합니다.
우선, 최근에는'용종'보다는'폴립(polyp)'이라는 용어 사용이 권장되고 있지만, 둘 다 의미는 같습니다. 폴립이란 대장 점막에서 돌출된 모든 병변을 의미하는데, 이 중에서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유형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종(선종) 폴립이고, 이외에도 톱니 모양 폴립 등도 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폴립이 암이 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암으로 진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성장 속도도 일정하지 않은데, 일반적으로는 1년에 0.5mm~1mm 정도 자란다고 추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폴립을 발견하면 거의 대부분 제거하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자랄까'보다고'얼마나 자주 내시경을 받을 것인가', '검사 시기를 적절히 잡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검사자 입장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했는지가 환자의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q.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다 보면 한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폴립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던데요. 이런 경우 발견된 폴립을 모두 제거해야 하나요?
대장 내시경 중 발견된 폴립은 가능한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샘종 형태의 폴립은 대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개수나 크기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폴립이 3개 이상이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크기가 1cm 이상 이거나 고 등급이형성을 동반한 경우라면 향후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수십~수 백 개의 폴립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폴립 수가 많을수록 암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 번의 검사에서 최대한 많은 폴립을 제거하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수술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내시경 기술이 발전하면서 내시경만으로 치료를 우선 시도합니다. 따라서 발견된 폴립은 수고스럽더라도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추적 검사를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위암을 예방하려면 어떤 식습관이 필요할까요? 술, 커피, 야식은 얼마나 안 좋나요?
위암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식습관은 짜게 먹지 않는 것입니다. 술, 커피, 야식이 위암이나 대장암과의 연관성에 대해 흔히 이야기되지만, 실제로 명확한 증거는 부족한 편입니다.
술이 대장 폴립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것은 근거가 있지만, 커피나 야식은 명확한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매운 음식도 암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며, 일시적인 장 자극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히려, 확실히 피해야 할 것은 과도한 염분 섭취와 가공육(햄, 소시지 등) 같은 발암 물질과 연관된 식품입니다. 이와 함께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신체활동을 늘리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위암 및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음식을 너무 제한하기보다는, 다양한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습관을 갖는 것입니다.
q. 요즘 ai 기술이 내시경 검사에도 적용된다고 들었는데요. 헬리코박터균이나 작은 용종도 잘 찾아준다던데, 실제로 진단율이 얼마나 향상됐나요?
ai가 내시경 검사에 도입되면서 조기 진단의 정확도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내시경 경험이 적은 초심자나 선별검사를 주로 시행하는 경우에는 ai의 보조로 용종 발견율이 약 10% 내외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숙련된 전문가 집단에서는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으며, 최근 들어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ai는 검사자의 주의 집중을 보완하고, 놓치기 쉬운 병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검사자의 검사 수행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의 경우, 조직을 채취하지 않고 감염 여부를 평가하는 ai 기반 영상진단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일정 수준의 효과는 입증되었지만 아직 임상에서 표준으로 적용되기에는 연구가 부족한 단계입니다. 앞으로 ai 기술은 내시경 검사에서 중요한 보조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끝으로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조언해 주신다면요?
무엇보다도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내시경 검사를 겁내지 말고, 정기적으로 받으시라는 것입니다. 검사는 잠깐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순간을 넘기면 조기진단과 생존율 향상이라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검진율이 높아지면서 조기암 발견 사례도 늘고 있고, 이는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이 환자가 3년, 5년만 일찍 왔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 때입니다.
물론 시간과 비용, 보호자 동행, 직장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2년 또는 5년에 한 번 정도는 반드시 시간을 내어 검사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내시경 검사는 나의 건강을 위한 투자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획 = 이승희 건강 전문 아나운서